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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기후 위기에 더욱 강력한 대응으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2023-07-18

기후 위기에 더욱 강력한 대응으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전세계적 기후 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례 없는 폭우로 많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점차 ‘기후 재난’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에, 조금이라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들 또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유럽연합 국가에 특정 품목을 수출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이 제도가 탈탄소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유럽의 노력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유럽연합은 2021년 7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했는데요. 2030년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때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을 내놓은 것이지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지난 4월 26일 법안이 최종으로 승인되며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다만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말일까지 시범사업 기간으로 배출량만 보고하고,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증서를 구매하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총 6개 품목에 해당하며, 시범사업 기간에 플라스틱과 유기화합물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 배경엔 나라별 탄소 규제 기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은 폭염, 가뭄, 이상기온 등이 탄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믿고 각종 환경 규제책을 마련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으로 EU 국가 내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큰 비용을 지출해 오고 있지요.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로 제품을 수출 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유럽 내 규제가 강해지니 기업들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곳으로 생산지를 옮기는 등의 ‘탄소 누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에너지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22 09.23

즉,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고탄소 배출 기업이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적게 지불하고 수출해 결국 그대로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막는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규제가 강한 국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전 세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역내(EU내)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조치이기도 하여 수출국에겐 무역 장벽으로 인식되며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고도 부릅니다.

* 탄소 누출: 국가 간 감축 목표가 상이함에 따라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고 탄소 제조업이 이동하는 현상.
**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국이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 미국 내 친환경 자동차 생산 지원, 취약계층 지원, 법인세 인상 등 에너지, 기후/환경, 보건의료, 기반 시설 등 각종 분야의 제반 사업에 예산을 투자하고 세제 혜택을 담고 있다.

 

탄소 배출에 합당한 금액을, 탄소국경세의 기준

사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에서 ‘관세’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세계 최초 ‘녹색 무역 관세’, ‘탄소국경세’입니다. 유럽 아닌 국가의 기업들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시킨 탄소의 양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탄소국경조정제도에서 탄소 총량을 어떻게 계산하고, 비용을 부과할까요? 탄소의 범위는 상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직접 배출’뿐 아니라 생산에 사용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 배출’까지 포함합니다. 탄소 총량을 산정하는 계산법은 복잡하다고 합니다. 최종 산정 방식은 이후 발표될 이행 법안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생산 국가에서 지불한 탄소배출권을 감면해 역차별을 없애겠다는 방안 역시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된다고 합니다.

탄소국경세는 기업이 유럽 국가에 직접 세금을 내는 방식은 아닙니다. 한국 기업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제품을 들여오는 유럽의 바이어에게 부과됩니다. 유럽 바이어는 수입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총량을 보고 이에 맞춰 CBAM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1톤의 탄소에 CBAM 인증서는 1개를 구입하면 됩니다. 유럽의 바이어는 CBAM 인증서를 구입하기 위해 들여오는 수입품에 비용을 추가하고,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이 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할 수밖에 없지요.

탄소국경세 금액은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에 연동해 그 액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럽연합에서는 탄소배출권 적용을 받는 산업군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43%에서 62%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확대 개편안까지 통과했는데요. 그렇게 되면 1톤당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100유로를 돌파하며 탄소국경세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 배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나라별 탄소배출권은 금액이 서로 다르고, 시세에 따라 변동됩니다. 최근 1톤당 국내 탄소배출권은 13,000원, 유럽은 약 120,000원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기준으로 탄소국경세를 생각하면 원산지 국가에서 낸 탄소 배출 비용을 감면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이 지어야 할 차액금이 상당히 큽니다. 최근 기준이라면 1톤당 약 107,000원을 더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수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7월 한국은행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따라 유럽연합이 1톤당 50달러(한화 67,000원)를 부과할 때 한국의 수출은 연간 0.5%인 약 32억 달러가 줄어든다고 예상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 유럽의 탄소배출권이 120,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기업과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 시킬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원료를 전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 바탕에는 탄소 중립 경영 실천 방안 마련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원재료 입고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탄소 배출량을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탄소 누출을 막고 업종별 생산 여건, 시장 특성 등을 고려해 배출권 거래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제도의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세계 무역 시장의 흐름이 탈탄소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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