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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바다 위에 건설하는 인류의 미래, 해상 도시 프로젝트

2024-05-02

바다 위에 건설하는 인류의 미래, 해상 도시 프로젝트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3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남극권의 해빙 면적이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인 179만km²를 기록했고, 최근 10년간 전 세계 해수면 상승 속도는 이전보다 2배 이상 빨라져 연간 4.77mm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홍수 등 더 큰 재난에 노출될 위험 또한 커지고 있죠. 

이처럼 한때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다소 늦춰주는 역할을 했던 바다마저 이제는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져 ‘바다의 폭염’이라 불리는 해양 열파(Marine Heat Wave) 현상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전 세계 평균 해수면 변화 /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 변화, 출처: 세계기상기구(WMO)

무엇보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WMO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모든 대륙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요. 전 세계 인구의 40%가 해안으로부터 10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고, 지난 10년 동안(2014~2023년) 세계의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위성 기록 첫 10년(1993~2002년)에 비해 2배 이상 가속도가 붙은 만큼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수면 상승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식과 함께, 이 변화에 이를 극복하는 제2의 방식 역시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는데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해상 도시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해상 도시는 대부분 초대형 해상구조물의 형태를 띠게 되는데, 해저 지반에 철제 구조물을 고정한 후에 건설하느냐, 아니면 여러 개의 거대한 모듈을 연결해 건설하느냐에 따라 각각 고정식 해상 도시, 부유식 해상 도시로 나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보다 넓은 면적에 보다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규모가 점차 확장되는 추세인데요.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고, 모든 자원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생태 도시로서의 면모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해상 경제 도시, 해상 무병 도시와 같은 차별성을 가진 특화 도시로 기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각국에서 추진중인 대표적인 해상 도시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몰디브의 생존을 위한 선택, 플로팅 시티

1,190개의 산호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자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몰디브는 대부분의 섬들이 해발 1m가 채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지표면이 낮은 나라입니다. 현재의 해수면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2100년에는 지금보다 지구의 해수면 높이가 1m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몰디브는 국가적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빨리 대책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에 2022년 몰디브 정부는 네덜란드의 건축회사 워터 스튜디오(Water Studio), 부동산 개발업체 더치 도클랜드(Dutch Docklands)와 협력해 ‘몰디브 플로팅 시티(Moldives Floating City: 이하 MFC)’라는 이름의 대규모 모듈식 해상 부유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인도양의 라군 한가운데에 건설될 MFC의 디자인은 뇌 모양의 산호초(Brain Coral)에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내려다본 해상 도시의 풍경은 하나의 거대한 산호초처럼 보입니다. 전체 면적만 해도 200헥타르(약 60만5천 평)가 훌쩍 넘고, 5천여 개에 달하는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MFC는 크게 거주 구역과 상업 구역으로 나뉘는데요. 거주 목적의 주택과 아파트는 물론 호텔, 레스토랑, 병원, 학교, 공공기관, 선착장 등도 각 구역에 함께 들어설 예정입니다. 단, 자동차는 도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립이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주변의 산호초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각 유닛들 사이로 운하가 흐르게 하여 파도에 의한 피해 역시 최소화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파도의 움직임 또는 해수면 상승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이는 해저에 보이지 않는 기둥을 설치해 각 유닛을 단단히 고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MFC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친환경 도시의 형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MFC는 2027년까지 도시 전체에 대한 주요 인프라 건설을 완료하고, 이후 50년에 걸쳐 도시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MFC가 해수면 상승 위협의 최전선에 놓여있는 몰디브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스마트 헬스케어와 의료 관광이 만나는 건강한 바다, 도겐 시티

출처: 엔-아크(N-ARK)

2023년, 일본의 해상 건축 스타트업 ‘엔-아크(N-ARK)’는 지름 1.58km, 둘레 4km에 달하는 동그란 고리 모양의 부유식 해상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시작은 걸어서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작은 마을 정도의 규모지만 모듈식 구조물을 조립해 건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도겐 시티(Dogen City)’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식품 환경, 건축, 데이터, 에너지, 해양자원 등이 모두 융합된 ‘스마트 헬스케어 플로팅 시티’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구역으로 구성된 도겐 시티는 가장 바깥 부분에 조성된 고리(Habitable Ring), 고리 내부의 부유식 건축물(Autonomous Floating Architecture), 그리고 수중 시설((Undersea Edge Data Center)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 구역 모두 자족, 자립도시로서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고리 부분에는 쓰나미 등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방파제와 공원, 공동 거주지 등의 생활 인프라와 함께 상하수도 시설이 함께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고리 내부는 조립과 이동이 자유로운 구조물들이 배처럼 둥둥 떠다니는 형태로 설계되었는데요. 이곳에는 단독 주택과 호텔은 물론, 사무실, 학교, 병원, 상점, 쓰레기 처리장, 식량 재배용 농업 공간, 통신 시설 등이 완벽하게 건설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심 30~50m의 수중 공간에는 도겐 시티의 모든 전산 작업을 관리하는 데이터 센터가 건설됩니다. 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 장치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 센터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1만 명이 상시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된 도겐 시티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전기 역시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출처: 엔-아크(N-ARK)

도겐 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해상 무병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은 ‘링 디바이스’라고 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장치를 통해 분석된 각종 생활 및 의료,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질병 없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원격 의료 서비스도 일상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는 로봇을 활용한 원격 수술 등도 포함됩니다. 뿐만 아니라 도겐 시티에서 해수농업과 복합 양식으로 생산한 건강한 식자재와 요리(메디컬 푸드), 그리고 해수온천을 결합한 의료 관광 상품을 제공할 예정인데요. 이를 체험하기 위해 매주 3만 명 가량의 관광객이 도겐 시티를 찾을 것으로 예측하고, 호텔과 주차장 등의 관련 시설을 도시 계획에 포함시킨 상태입니다. 다른 해상 도시들과 비교할 때 도겐 시티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가진 셈인데요. 2028년까지 시제품 등을 제작하는 실증 단계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재 관련 계획을 적극 추진 중에 있습니다. 

 

바다로 무한 확장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탄생, 오셔닉스 부산

몰디브 플로팅 시티와 일본 도겐 시티가 계획에서 구체적인 실행 단계까지 나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사이,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 도시가 어쩌면 우리나라 부산에 가장 먼저 건설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도시 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기구인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와 미국의 해상 도시 개발기업 오셔닉스(OCEANIX)는 2021년 부산광역시와 지속 가능한 해상 도시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듬해인 2022년 뉴욕에서 프로토타입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회사 BIG((Bjarke Ingels Group)이 설계를 담당한 ‘오셔닉스 부산’은 UN이 추진하는 첫 번째 해상 도시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는 육상과 교각으로 연결된 3개의 부유식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플랫폼은 생활(Living)과 연구(Research), 숙박(Lodging)을 포함한 상업 공간으로 역할을 구분해 운영될 예정입니다.

부산 북항 연안에 총 6.3헥타르에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조성될 오셔닉스 부산은 초기엔 단 3개의 플랫폼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다양한 필요에 따라 수십여 개 이상의 플랫폼으로 무한 확장 및 변경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모듈형 해상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거주자와 관광객을 포함해 최대 1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까지 커지게 되므로 더 많은 기후 난민을 구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기존 자동차나 기차 등의 전통적인 교통 수단은 오셔닉스 부산에선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신 도보와 자전거, 자율주행차, 보트, 배달 로봇 등이 주요 이동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OCENIX CITY

무엇보다 오셔닉스 부산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의 위협에 대비하는 안전한 피난처이되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각 플랫폼 밑에는 친환경 구조물인 ‘바이오 록((Bio Rock)’을 설치해 단단히 고정해두고, 도시 전체가 높은 파도와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바이오 록은 특정 전류를 흘려 보내 이것이 바닷물 속 미네랄과 만나 자연스럽게 산호초 군락을 형성하거나 굴, 어류 등을 양식하는 해저농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식량 문제 해결은 물론, 생태계 오염 문제 역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셔닉스 부산은 해양, 환경, 과학, 건축, 에너지 등 인류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기도 한데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바닷물을 음용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스템, 작물의 온실·수경 재배와 어류 및 해조류 양식을 통한 식량 자급자족 시스템, 폐수 재활용 시스템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을 두루 갖춘 지속 가능한 해상 도시, 오셔닉스 부산은 현재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곳이 ‘세계 최초의 해상 도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해수면 상승 문제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몰디브, 오셔닉스부산, 지속가능한미래, 해상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