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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전환시대의 최종병기, 수소 경제

2024-04-09

에너지 전환시대의 최종병기, 수소 경제

수소(Hydrogen)는 ‘물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원소’라는 의미를 가진,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흔한 물질입니다. 대부분의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여러 원소들과 결합한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질량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많은 양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고갈될 우려가 전혀 없는 영구적인 원료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수소는 현재의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데요. 무엇보다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에 비해 수소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과 대용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역간 편중이 없는 보편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이러한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산업 구조를 가리켜 ‘수소 경제(Hydrogen Economy)’라고 하는데요. 이는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와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수소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성립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즉, 현재 화석연로 중심의 ‘탄소 경제(Carbon Economy)’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발전 설비 등을 늘리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소의 안정적인 생산과 저장, 운송, 충전, 활용 등의 모든 단계를 포함한 대대적인 전환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수소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게 된다면 산업 체계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그 동안 일부 산유국에 집중되어 있던 에너지 공급 체인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 나아가 탄소중립까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수소는 물뿐만 아니라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 안에도 많은 양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 수소를 추출할 때 상당한 규모의 탄소가 함께 배출되는데요.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또 탄소 배출 정도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 다양한 컬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그레이 수소와 블루 수소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탄소를 그대로 배출하는 생산 방식인지(그레이 수소), 아니면 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방식을 사용하는지(블루 수소)에 따라 다시 한번 나뉘게 됩니다. 결국 미래의 수소 경제를 이끌 핵심은 물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그린 수소가 될 텐데요. 탄소배출 제로를 자랑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로서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출처: 캘거리대학교 에너지교육팀

 

 

수소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

이미 세계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호주 등의 주요 국가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탈탄소, 넷제로 시대가 빠르게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정부들이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에너지 안보의 위기를 맞이한 유럽 지역은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U는 현재 전체 에너지의 2%에 불과한 그린 수소의 비중을 2050년까지 2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그린 수소의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 발전과 관련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중 독일은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kwh당 3.723센트의 전력 부과금을 면제해주기로 하고, 수소 공급이 가능한 33개국을 대상으로 별도의 그린 수소 수입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도 그린 수소 생산과 공급 설비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난방은 물론 수소전지를 이용한 열차 및 화물선 등을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미국 역시 ‘하이드로젠 샷(Hydrogen Shot)’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통해 향후 10년 이내에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을 현재 기준으로 1kg당 5달러에서 1달러 수준으로 현저히 낮추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2032년 말까지 수소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kg당 60센트에서 최대 3달러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수소 관련 투자액에 대해서도 최대 30%를 세액 공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전역에서 7개 지역을 선정, 수소 허브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상태입니다. 특히 수소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 충전소 1천개 소 설치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수소차 보급과 확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에 힘입어 수소 스타트업들도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정도의 사이즈인 중형 발전 설비를 통해 바이오 가스 및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한 ‘메인스프링 에너지(Mainspring Energy)’입니다. 이들은 이미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넥스트 에라 에너지(Next Era Energy)’와 1억5천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천연가스를 열분해하여 수소와 고체 탄소를 생산하는 청록 수소 생산 기업 ‘모놀리스(Monolith)’ 역시 미국 정부와 세계 유명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현재 세계 1위의 수소 생산국인 중국은 정부 주도로 수소 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2025년까지 427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특히 물을 전기로 분해해 거기에서 수소만 따로 추출해 생산하는 수전해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23년 세계 수소 리뷰 보고서(Global Hydrogen Review 2023)에 따르면 2020년 이전까지 세계 수전해 용량의 10% 미만(30MW)을 차지했던 중국이 2022년 이후 설비를 대폭 늘려 30%(200MW)의 점유율을 기록, 2024년 현재 기준으로 무려 50%(1,200MW)에 이르는 용량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한 바 있는 일본은 2050년까지 2천만 톤 규모의 수소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7년부터 약 15년에 걸쳐 수소와 화석 연료와의 발전 단가 차이만큼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수소 허브를 구축해 수소의 수입과 생산, 공급, 활용을 한 곳에서 총괄하는 한편, 철강, 화학, 시멘트 등의 산업에서 수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소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 현재 전 세계 수소 수출 1위 국가인 호주 등으로부터 수소를 수입하는 정책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전 세계 수소 프로젝트 현황 (2023년 12월 기준)

출처: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꿈꾸는 수소 생태계의 무한한 잠재력

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힘입어 IEA가 전망한 세계 수소 생산 시장 규모는 2020년 1,296억 달러에서 매년 평균 9.2% 가량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2,014억 달러, 한화로는 약 266조 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 이하 맥킨지)도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시장 규모가 2,94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는데요. 특히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이 2030년까지 약 50% 감소할 것이며, 2050년에는 탄소 비용을 포함한 그레이 수소 생산 비용이 그린 수소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현재 수소 에너지가 탈탄소화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 비용이 들기 때문임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수소의 생산과 유통, 저장, 충전 설비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맥킨지는 중공업이나 운송업과 같이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던 산업이 미래에는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의 8% 전도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은 생산 공정을 친환경 수소로 전환할 경우 기존 배출량의 20% 가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운송업 역시 수소 연소 엔진으로 전환할 경우 점점 강화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 기준(약 30%~50%)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추가적인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크고 작은 변화의 흐름이 모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이처럼 방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수소 에너지의 시장 확장을 위해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을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에너지원의 다각화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수소 경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나 다름 없는 수소의 성공적인 ‘활용’을 위해 산업용 기초 원료부터 운송, 철강·정유·화학 등의 산업, 건물,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소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의 전환을 꿈꾸는 수소. 인류가 직면한 기후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최종병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수소 경제 밸류체인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