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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콘크리트와 예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도시의 풍경

2023-01-05

카타르, 새로운 도시의 풍경

전 세계인의 축제 카타르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22번째로 열린 월드컵이자, 중동에서 최초로 개최된 월드컵, 또 가장 작은 영토에서 열린 월드컵, 마지막으로 사상 처음으로 11월 연말 시즌에 개막한 월드컵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습니다. 한국이 12년만에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었죠.

ⓒ문화체육관광부 허만진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는 11,581 km²의 크기로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정도의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카타르의 풍부한 천연자원, 석유와 천연가스가 큰 몫을 합니다. 다만, 경제구조가 석유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비전 2030’을 마련, 2008년부터 문화 및 교육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문화유산은 갖추고 있지 않지만,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중동의 예술허브로 자리잡아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계획입니다. 이번 올림픽은 이런 카타르의 야심을 재확인하는 행사였는데요. 전 세계의 이목과 방문이 집중되는 시점에 화려한 문화예술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며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내세웠습니다

 

카타르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카타르 문화예술 포트폴리오 구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는 카타르 박물관청(QM·Qatar Museums) 이사회 의장인 셰이카 알 마야사 공주입니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이기도 한 그는 연 미술 구매액이 10억달러(1조 2700억원)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 업계의 큰 손입니다.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유학하며 국제적 안목을 쌓고, 전세계 미술계와 교류한 그는 카타르 박물관청에 세계 유명 박물관 등에서 근무한 전문가와 학자들을 섭외해 문화예술 부흥을 이끌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수십년 뒤엔 지금 런던이나 뉴욕, 파리에 그림을 보러 가듯 도하에 오게 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하곤 했는데요. 월드컵을 계기로 중동의 문화 허브를 넘어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의지를 카타르 거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타르의 문화 이니셔티브는 ‘공공예술’입니다. 그 이름처럼 예술이 박물관이나 갤러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항, 거리, 학교, 사막, 해변, 직장 등 주변 어디에서나 즐기고 누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50여점 이상의 작품들이 카타르 전역에 설치되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유명 거장들의 작품

National Museum of Qatar designed by Ateliers Jean Nouvel Photo: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주요 랜드마크 중 하나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습니다. 건설비만 약 4억 3,400만달러(약 5,500억)이 든 박물관은 총 1.5km 면적에 11개의 상설 전시관과 임시전시실, 강당, 레스토랑, 카페 및 기념품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데저트로즈’ 원석을 닮은 특이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막의 장미’라고 불리는 데저트 로즈는 긴 시간에 걸쳐 땅 속에서 스며나온 물에 석고와 석영 등 주변의 미네랄 성분 등의 결정이 사막 공기의 영향을 받아 뭉쳐진 것입니다. 중동 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석을 모티브로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습니다.

장미잎을 상징하는 316개의 디스크 모양의 지붕과 기둥은 총 76,000개의 섬유보강 콘크리트(FRC)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가 큰 사막 지형을 견딜 수 있도록 잘게 쪼갠 패널을 사용했습니다. 콘크리트의 수축과 팽창에 대응이 가능하죠. 모든 패널은 공장에서 생산되어 현장에서 조립되었습니다.

Olafur Eliasson (b. 1967).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2022. Photo: Iwan Baan, courtesy of Qatar Museums ©2022

도하에서 100㎞ 떨어진 북부의 알 샤말 지역 사막에는 덴마크-아이슬란드 출신의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오늘의 바다 위를 여행하는 그림자들(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 이 설치됐습니다.

지름이 10m가 넘는 원형 거울판과 이를 지지하는 반원형의 구조물, 그리고 거대한 지름의 3개의 단독링과 2개의 이중링으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사막에 놓은 그늘로 보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작품 바로 아래에 있을 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사막 위에 선 개인과 그 개인을 더 위에서 비추는 거울을 각각 1인칭, 3인칭 시점으로 보면서, 땅이 개인보다 더 높은 위치가 되어 비치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 문명과의 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치는 사막의 변화를 관찰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Concept design of Qatar Auto Museum project by OMA, courtesy of Qatar Museums ©2022

거리에 설치된 예술품 이외에도,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의 프로젝트들이 카타르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도하 도심 항만지구에 있는 밀가루 분공장의 사일로를 리모델링한 아랍 현대미술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으며,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의 자동차박물관(오토뮤지엄),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뫼롱의 루살리 미술관 프로젝트 등 카타르의 풍경에 또다른 매력을 더할 포트폴리오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쉽게 예술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카타르의 ‘공공예술(Public Arts),’ 앞으로 더 다채로워질 카타르의 풍경이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카타르, 카타르국립박물관, 카타르박물관청